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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

설명
세인트 폴 대성당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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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런던
작성자
솔라 TL
솔라 TL
최종 편집자
최종 편집 일시
2024/09/19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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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TL
헤일리 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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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민스터 사원과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에 자리 잡고 있는 중요한 종교적 건축물이죠. 흔히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왕실의 교회’, 세인트 폴 대성당을 ‘영국 국민들의 교회’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세인트 폴 대성당은 어떻게 세워졌으며, 왜 영국인들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을까요?
목차
시티 오브 런던과 템플 바
런던 대화재와 세인트 폴 대성당의 건축
영국 국민들에게 세인트 폴 대성당이란?

1. 시티 오브 런던과 템플 바

# 시티 오브 런던
지금의 런던은 경제·문화적으로도,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거대 도시 중 하나이지만 중세 시대까지만 해도 지금보다는 많이 작은 모습이었어요. 세인트 폴 대성당이 위치해 있는 이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작은 구역만이 로마 시대부터 중세 시대까지 이어져 온 런던의 영토였답니다. 로마인들이 브리튼섬을 침공하여 지금의 시티 오브 런던 땅에 정착했고, 이후 로마식의 건물들과 성벽을 조성하여 만들어진 구역이죠. 영국의 민주주의가 발달하며 왕과 귀족이 최초로 합의한 문서인 ‘마그나 카르타’에도 이 구역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고 있답니다.
“시티 오브 런던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자유와 관습을 그대로 누린다”
그래서 시티 오브 런던은 로마의 바티칸처럼 독립적인 자치 구역으로 인정받는 행정 구역이 되었답니다. 성당 앞의 벤치에도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죠.
# 템플 바(Temple bar gate)
시티 오브 런던으로 들어가는 여러 관문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곳이 세인트 폴 대성당 인근의 템플 바인데요. 성곽 밖으로의 무역을 규제하기 위해 주요 출입로에 장벽을 세운 것이죠. 템플 바라는 이름은 인접한 남쪽의 템플 교회에서 유래했어요.
템플 바 게이트는 웨스트민스터에서 시티 오브 런던으로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입구로, 시티 오브 런던에 들어가기 전 왕이 템플 바에 들르면 시장이 충성의 표시로 왕께 검을 제공하는 것이 관습이었다고 해요. 시티 오브 런던의 시장은 오늘날 런던시의 시장과는 별개로 명예직으로서 존재하고 있는데요.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기 위해 영국의 국왕조차도 여전히 시티 오브 런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의 초대나 허락이 필요하다고 전해지죠.
이런 템플 바 역시 성당과 같이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 과정에서 크리스토퍼 렌 경이 보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2. 런던 대화재와 세인트 폴 대성당의 건축

# 런던 대화재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런던의 모습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런던이 지금과 같은 구획으로 설계된 것은 바로 ‘런던 대화재’ 이후 재건 작업을 통해서였어요.
런던 대화재는 1666년 9월 빵 공장에서 시작된 불이 초기 진압이 되지 않아 런던 전역으로 번지면서 당시 런던 인구 8만 명 중 7만 명의 집을 잃게 만든 사상 초유의 사태였죠. 당시에도 소방대는 있었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닌 민간인들이 자체적으로 회비를 걷어 운영하는 방식이었는데, 처음 불이 난 빵집이 회비를 내지 않았던 집이었고 이로 인해 소방대가 느긋하게 대응한 것이 겉잡을 수 없이 큰 피해를 낳은 사건이에요.
많은 피해를 안긴 끔찍한 참사였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흑사병을 옮기던 쥐들이 모두 불타며 런던 내 흑사병을 종식시켰고, 유럽에서 최초로 소방 조직과 화재 보험이 탄생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해요. 참 아이러니하죠? 또한, 런던을 재건하며 건물의 대부분을 목조 건물이 아닌 석조 건물로 짓게 되었답니다.
#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이러한 대화재로 인해 약 13,000여 가구와 87개의 교회가 불타며 새 교회를 짓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세인트 폴 대성당’이에요. 성당을 짓는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답니다. 불탄 옛 교회의 기둥과 받침대를 없애기 위해 화약을 사용해 폭파시켰는데도 교회는 전혀 미동조차 없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중세 성벽을 부수는 무기인 ‘파성추’를 사용해 터를 닦아야 했는데 이 과정만 무려 40년이 걸렸다고 해요.
세인트 폴 대성당의 설계자 렌은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 뉴턴도 경탄하던 신동이었어요. 그의 공학 기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이 성당의 돔 부분입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돔은 넓이가 34m, 높이가 111m에 달하며 무게만 해도 64,000톤에 달한다고 해요. 육중한 돔의 무게를 해결하기 위해 돔 자체는 목재로 만들고, 그 위에 납을 씌우며 무게를 분산시켰죠. 돔 덕분에 천장이 더욱 높아 보이는 효과도 함께 가져왔답니다.
돔으로 올라가다 보면 ‘속삭이는 회랑’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곳에서는 벽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면 그 소리를 반대편 복도에서도 들을 수 있다고 해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돔을 구성하는 타원형 천장 덕분이에요. 타원의 벽에 반사되는 소리의 파동을 직접 체험해 보고 싶다면 방문해 보세요!
세인트 폴 대성당 내부에는 렌 경의 묘비가 있는데, 묘비에 ‘기념비를 보고 싶다면 주위를 둘러보시오’라고 쓰여있어요. 렌 경은 대화재 시작 지점 인근에 ‘런던 대화재 기념비’도 만들었는데, 런던 패스로 입장 가능하고, 계단을 올라 전망대를 다녀오면 인증서도 받을 수 있으니 특별한 기념품이 필요하다면 들러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3. 영국 국민들에게 세인트 폴 대성당이란?

# 영국 성공회
세인트 폴 대성당을 비롯하여 영국에 위치한 많은 성당들은 로마 가톨릭이 아닌 ‘영국 성공회’의 전통과 교리를 따르는 곳들이에요. 영국 성공회의 시작은 헨리 8세와 그의 첫 부인이었던 캐서린 왕비의 결혼 무효 소송이었습니다. 당시 교황이 결혼 무효 소송을 거절하자, 헨리 8세는 의회를 소집하여 국왕지상법을 발표하고 로마의 감독권을 폐지하는 법령을 발표하며 개혁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다른 개신교들과는 달리 로마 가톨릭과 공유하는 전통이 아직 많이 남아있답니다.
영국 성공회의 시작 이후 헨리 8세와 엘리자베스 1세가 수장령을 통해 국왕이 교회의 최고 통치자가 되었고, 교회에 대한 왕실의 권력 행사를 시작했지만, 19세기 중반에 이르러 왕실의 권한이 축소되어 영국 국왕은 더이상 교회에 큰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전통이 굳어졌어요.
# 제2차 세계 대전 속 세인트 폴 대성당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수많은 건물이 잿더미로 변해버렸음에도 세인트 폴 대성당만은 파괴되지 않아 기적의 성당으로 불리게 되죠. 독일이 성당을 향해 집중 포화를 해 28발의 포탄이 성당 근방에 떨어졌으나, 돔으로 떨어진 단 한 발을 제외하고는 성당을 파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그 한 발 마저도 불발탄이라 이후 소방대가 들어와 무사히 제거했답니다.
성당 앞에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 런던 거리에서 화재와 싸운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과 예의를 갖춘 소방수 동상이 자리 잡고 있어요.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미사도 이곳에서 진행된 만큼 제2차 세계 대전과 세인트 폴 대성당은 인연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마를 뚫고도 굳건하게 서 있는 성당의 모습을 담은 이 사진으로 세인트 폴 대성당은 단순한 명소를 뛰어 넘어 대공습에도 무너지지 않는 영국인이 가진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게 되며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곳이 되었답니다.
# 세인트 폴 대성당의 역할
이곳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요. 넬슨 제독, 윈스턴 처칠, 나이팅 게일, 마가렛 대처의 장례식이 열렸고, 이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미사, 911 테러 10주년 추모 예배,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과 같은 행사를 운영하며 단순한 종교적인 건축물이 아닌 영국인을 넘어서 세계의 화합을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어요.
또 내부에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전사한 2만 8천여 명의 군인을 기리는 추모비와 함께 지하에 넬슨 제독과 나이팅 게일, 한국 전쟁 참전 용사들의 무덤이 마련되어 있어 영국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 프로텍터 뷰(St. Paul Heights)
이렇듯 세인트 폴 대성당은 영국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보니 1937년,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텍터 뷰(St.Paul Heights)라고 불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세인트 폴 대성당 근처에 높은 건물이 많이 올라가더라도, 런던의 주요 지역 13곳에서는 무조건 세인트 폴 대성당을 볼 수 있도록 강제하는 법안이에요. 그래서 주변의 전망대나 건물에서도 세인트 폴 대성당은 쉽게 관람할 수 있죠.
성당의 남쪽에는 템스강이 있는데, 강 건너 맞은편에는 런던의 새로운 명물인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있고 둘 사이를 밀레니엄 브리지가 연결하고 있어요. 테이트 모던 미술관 6층의 카페에서도 세인트 폴 대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망할 수 있으니, 한번 들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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