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은 왜 밥그릇을 들고 먹나요? 저 어릴 땐 그렇게 먹으면 혼났는데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주인공들이 밥그릇을 들고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식사 예절에 어긋난 행동이라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이 바로 옆 나라인 일본에선 자연스러운 문화인 것인데요. 한국, 중국, 일본의 젓가락 문화부터 일본인이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이유, 일본 식당에서 지켜야 할 식사 예절까지! 동양의 젓가락 문화에 대해 알아볼까요?
1. 젓가락 문화
# 젓가락 문화권
1970년대부터 음식 사학자들이 식문화에 따라 문명을 분류하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는 음식을 손으로 먹는 문화권, 두 번째는 포크와 나이프로 먹는 문화권, 마지막으로 젓가락 문화권입니다.
일본에서는 밥을 먹을 때 숟가락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을 주로 사용합니다. 그중에서도 나무 젓가락을 사용하죠. 그에 비해서 한국은 숟가락과 젓가락 모두를 사용하고 일본과 다르게 쇠젓가락이 보편화되었어요. 또한 중국과 일본은 밥 먹을 때 밥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죠. 이렇게 세 나라 사이에는 자잘한 식문화 차이가 있는데, 그 중심에 바로 젓가락 문화가 있답니다.
2. 젓가락의 등장
# 중국, 젓가락의 시작
중국인들은 젓가락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오랜 기간 손이나 숟가락을 사용했습니다. 예로부터 중국의 정치와 문화 중심지는 북중국이었는데요. 북중국의 날씨는 대체로 건조하고, 비는 거의 오지 않고, 겨울에는 아주 추웠죠. 이런 이유로 북중국에 사는 사람들은 끓여서 먹는 국물 요리를 아주 좋아했어요. 정치 문화 중심지인 북중국에서 국물 요리를 즐겨 먹으니, 자연스럽게 남중국을 비롯한 다른 곳까지 국물 요리를 먹게 되었고, 따뜻한 국물 요리엔 숟가락이 안성맞춤이었던 것이죠.
뜨겁게 가열한 국물 음식을 많이 먹는 우리에겐 숟가락을 사용해 식사하는게 익숙한 일이지만, 우리와는 달리 실온의 음식을 손으로 먹는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조금 생소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후적인 이유로 인해 젓가락이 등장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는데, 한나라 때부터 숟가락 중심 문화가 서서히 젓가락 중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중국이 젓가락을 사용한 이유
그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젓가락은 제조 비용이 적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는 대나무가 넘쳤고, 대나무를 깎아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이 젓가락이었죠. 또한 한나라 때부터 제분 기술이 발달하며 국수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동시에 기름에 야채와 고기를 볶거나 튀겨 먹기 시작했죠. 그 영향으로 지금도 중국 요리는 대부분 식용유에 볶아 만듭니다. 그리고 만두같은 찜 요리도 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볶음 요리나 찜 요리는 손이나 숟가락으로 먹기 힘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젓가락이 대중화된 것입니다.
기름진 음식과 동시에 발달한 것이 또 있었는데, 바로 ‘차 문화’입니다. 느끼한 음식을 먹은 뒤 따뜻한 차를 마셔 속을 달랬던 것이 차 문화가 젓가락 사용을 더욱 확산시켰습니다. 차를 마실 때는 관습적으로 간단한 간식을 곁들여 먹는데, 원래는 손으로 먹다가 점점 젓가락으로 먹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차 문화가 점차 확산됨에 따라 젓가락 사용량 역시 더불어 증가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이러한 중국의 젓가락 문화가 과거 중국 영향 아래에 있었던 베트남과 일본, 한국에도 전파된 것이죠.
3. 한중일의 젓가락
# 일본의 나무젓가락
자연을 비롯한 온갖 사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과 토속 신앙이 발달한 일본은 주로 나무젓가락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당연히 나무에도 정령이 깃들어있다고 믿었는데요. 자연과는 거리가 먼 차가운 금속보다는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나무로 만든 젓가락을 선호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섬나라인 일본은 날씨가 습해 만약 우리처럼 쇠젓가락을 사용하면 녹이 슬 우려가 있는 반면, 나무젓가락은 녹슬 걱정이 없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 중국의 나무젓가락
중국 역시 일본처럼 쇠젓가락 대신 나무젓가락이나 대나무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중국에는 기름 요리가 많아서 잘 미끄러지는 쇠젓가락을 사용하기가 힘들고, 중국의 젓가락은 길이가 길기 때문에 쇠를 사용한다면 너무 무거워진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에요.
# 한국의 쇠젓가락
중국,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대부분 쇠젓가락을 사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음식에 발효 음식이나 젓갈 음식이 많다는 점 때문이에요. 나무젓가락을 사용하게 되면 나무에 젓갈이 스며들어 금방 썩어버리게 되는데, 당시에는 코팅 기술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쇠젓가락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또한 한국에는 철 함유량도 많고 제련 기술도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쇠젓가락을 사용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젓가락의 길이
세 나라의 젓가락은 일본이 가장 짧고, 한국이 보통, 중국이 가장 긴 편입니다. 같은 젓가락인데 어디는 짧고 어디는 긴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선 중국인들은 밥을 먹을 때 여러 명이 큰 식탁에 둥글게 둘러 앉아 먹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때 팔을 쭉 뻗어서 멀리 있는 음식을 집어야 하는데 젓가락이 짧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긴 젓가락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기록에 따르면 송나라 때는 무려 50cm에 달하는 젓가락이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본의 젓가락은 굉장히 짧은 편이에요. 일본은 음식을 공유하지 않고 각자 개인 접시에 덜어서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보니 음식과 사람의 거리가 확 짧아져 젓가락을 길게 만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죠. 또한 일본의 도시락 문화 역시 젓가락 길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일본에서는 간소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작은 도시락을 주로 사용하는데, 그렇다보니 당연히 도시락통 안에 들어있는 젓가락은 그것보다 짧아야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의 식문화가 젓가락 길이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이죠.
4.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이유
숟가락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 나라 중 한국이 유일해요.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밥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는데, 평소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죠.
밥을 먹을 때 밥그릇을 들고 젓가락을 사용해 먹으면 흘리지 않기 때문에 밥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는 것이랍니다. 반찬을 먹을 때는 밥그릇을 반찬 가까이에 들고 가 덜어서 먹고, 밥을 떠먹을 때는 밥그릇을 들고 얼굴 가까이에서 먹으면 흘릴 일이 전혀 없겠죠?
반면 한국에서는 보통 금속 식기구를 사용했기 때문에 수저의 무게가 지금보다 무거웠던 과거에는 밥그릇을 들고 먹기가 많이 불편했죠. 심지어 밥그릇은 자기나 놋으로 되어 있어서 더 무거울 뿐만 아니라 열전도율도 높아서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래서 중국이나 일본처럼 쉽게 그릇을 들고 먹을 수 없었어요.
또한 숟가락과 젓가락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밥그릇을 상에 두고 먹어도 불편한 점이 크게 없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밥그릇을 들고 먹는 건 식사 예절에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고요!
5. 일본의 식사 예절
어느 나라나 지켜야 할 식사 예절이나 매너는 비슷하지만, 일본에서 꼭 지켜주면 좋은 식사 예절과 문화에 대해 알아볼까요?
인사하기
밥을 먹기 전과 후 인사를 하는 건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느 나라든 공통된 예절이죠. 일본에서는 밥을 먹기 전에는 “이타다끼마스(잘 먹겠습니다)", 먹은 후에는 “고찌소사마데시타(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해요.
사진 촬영 금지
일본의 일부 음식점은 사진 찍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는 가게 내부를 찍다 보면 다른 사람의 얼굴이 나올 수 있고, 해당 식당에서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저작권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경우 보통 메뉴판이나 식당 내부에 적혀있지만 따로 사진 금지 문구가 없는데도 금지일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조용히 식사하기
일본은 조용한 환경을 중요시해요. 따라서 식당에서 대화할 때는 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것이 예절이며, 영상 등을 틀어서 보는 것도 매너가 아닙니다.
면 요리는 소리 내서 먹기
일본에서는 보통 대부분의 음식을 먹을 땐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먹는데, 파스타를 제외한 면 요리를 먹을 땐 소리를 내서 먹어요. 면을 먹을 때 소리를 내면 맛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밥과 국을 손으로 들고 먹기
일본은 개인 밥그릇과 국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어요. 보통 밥그릇과 국그릇은 왼손에, 젓가락은 오른손에 들면 됩니다.
국물은 그릇을 들고 마시기
일본은 생각보다 숟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오므라이스나 카레 같은 몇몇 음식을 먹을 때만 쓰는 편인데요. 라멘 같은 국물 요리를 먹을 때에도 숟가락보다는 그릇을 들고 마십니다. 그래서 숟가락이 없는 식당이 많은 편이에요. 이때 국의 건더기가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젓가락으로 막고 주의해서 먹어야 합니다.
술잔은 두 손으로 받기
술을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고, 상대방의 잔이 비었을 때 채워주고 서로의 잔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잔은 왼쪽에 두기
일본에서는 음식을 가져올 때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져오고, 술을 따를 때도 오른손으로 상대방을 잔을 따라주기 때문에 잔을 왼쪽에 두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술을 마실 때는 잔을 기울지 않고, 바로 입으로 올려 마시는 게 좋아요. 잔을 기울이는 것은 조용한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테이블 위에 손 올리지 않기
음식을 집거나 술을 마실 때만 테이블 위에 손을 올리고, 그 외에는 테이블에 손을 대지 않아요.
# 일본의 젓가락 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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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음식에 세우는 건 삼가해야 해요. 이 행위는 제사상에만 사용되어 식사중에는 무례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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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젓가락인 와라바시는 사용하기 전에 서로 부딪히지 않아요. 이는 젓가락이 깨끗하다는 의미이며, 사용 전 부딪히는 건 젓가락이 더럽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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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입에 물고 있거나 핥지 않아요. 설거지를 하지만 다른 사람이 다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위생상 좋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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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젓가락으로 비벼 먹지 않고 그대로 한 입씩 먹어요. 일본에서는 음식의 모양이나 비주얼을 중시하는 문화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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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공유할 때, 자신의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아요.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줄 때나 직접 가져갈 때는 내가 쓰던 젓가락이 아닌 공용 젓가락을 사용하고, 음식을 받거나 덜어줄 때도 젓가락이 아닌 개인 접시를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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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으로 음식을 비비거나 음식을 찍어먹는 행위는 ‘젓가락을 칼처럼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삼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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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내려놓을 때 세로가 아닌 가로 방향으로 내려놔요. 세로로 두면 칼처럼 보여 공격하는 것 같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젓가락은 상대를 향해 놓지 않고, 음식이 닿는 끝 방향이 왼쪽 가로로 오게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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