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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울 푸드 ‘라멘’

설명
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은 국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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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하코다테
작성자
셀린 TL
셀린 TL
최종 편집자
헤일리 TL
헤일리 TL
최종 편집 일시
2024/12/04 00:23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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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TL
헤일리 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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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 가면 맛있는 라멘 많이 먹고 싶은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일본 여행이 처음인 워너비도, 이미 여러 차례 일본 경험이 있는 워너비도, 몇 번을 다녀왔든 일본 여행 버킷리스트에서 빠지지 않는 것에는 ‘라멘 먹기’가 있겠죠? 소바, 우동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라멘은 지역별로 40여 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한 종류가 있답니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라멘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 되었나요?
목차
라멘이란?
라멘의 육수
라멘의 소스
 라멘의 고명
 지역별 라멘
 라멘 주문 팁

1. 라멘이란?

# 라멘
라멘은 일본식 중화 국수 요리로, 일본의 국민 음식 중 하나이자 문화적 아이콘이에요. 소바, 우동 등 일본 하면 떠오르는 면 요리 중에서 가장 늦게 시작된 음식이지만 불과 100년 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어요. 일반적인 맛은 쇼유(간장), 미소(된장)이며, 얇게 썬 돼지고기인 차슈와 김, 멘마(대나무 순), 쪽파 등을 토핑으로 얹어 먹어요.
# 라멘의 역사
라멘이 처음 들어온 19세기 말은 일본이 막 근대화를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일본과 외국 사이에 여러 통상조약이 체결되면서 많은 외국인과 중국인이 일본으로 들어왔어요. 요코하마, 고베, 나가사키 같은 항구도시를 중심으로 차이나 타운이 형성되면서 전해진 중국식 국수 요리가 오늘날 라멘의 시초가 되었는데요.
가장 많은 중국인이 살았던 요코하마에는 ‘난킹소바(南京そば)’라고 불리던 국수가 있었습니다. ‘난킹’은 중국 남부의 대도시 이름이고 ‘소바’는 일본인들이 먹던 국수로, 난킹소바는 즉 중국식 국수라는 뜻입니다. 이 난킹소바는 닭 뼈를 우린 육수에 소금으로 약하게 간을 하고, 면과 함께 송송 썬 파를 올린 간단한 음식이었어요. 하지만 이전까지 일본에서 즐겨 먹던 우동, 소바와는 완전히 다른 음식이었죠. 일본식 간장인 쇼유, 그리고 가쓰오부시로 간을 한 우동이나 소바와는 달리 난킹소바는 고깃국물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었습니다.
7세기 덴무 천황이 육식을 금지한 이후, 일본은 무려 1,200년 동안이나 육식하지 않는 사회였어요. 때문에 고기를 이용한 음식이 거의 발달하지 않았죠. 그런데 19세기 말에 이르러 일본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일본인들이 왜소한 체형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육식을 제하고 채소와 생선 위주로 식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습니다. 결국 1872년 메이지 천황은 육식 금지령을 철폐하고, 육식을 장려하기 시작했습니다.
# 도쿄의 ‘라이라이켄(來々軒)
19세기 말까지 난킹소바는 주로 차이나타운에 사는 중국인들이 먹는 음식이었고, 이곳에 드나들던 일본인을 제외하면 난킹소바를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가 1910년 요코하마에서 세관원으로 일했던 오자키 칸이치가 도쿄 아사쿠사에 중국 음식점 ‘라이라이켄(來々軒)’을 열며 대중화되었어요.
당시 라이라이켄에서는 ‘시나소바(支那そば)’라는 이름의 중국 국수를 팔았는데, 중국 식재료인 멘마와 차슈를 토핑으로 올려 중국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육수에 쇼유를 섞어 일본인에게 친근한 맛을 냈어요. 원래 소바에 올라가던 나루토를 라멘 토핑으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중국식 국수에 뿌리를 두되 일본의 맛을 첨가한 시나소바가 라멘의 시초인 셈이죠.
나루토 마키?
일본에서 만들어진 어묵의 일종으로, 줄여서 ‘나루토’라고도 해요. 어묵 반죽을 얇게 펴서 붉은 식용색소로 착색하여 밀어 만드는데, 이걸 찌거나 삶은 다음 썰어내면 단면이 붉은 회오리 모양인 어묵이 완성됩니다. 한국에서는 회오리 어묵이라 부르는데, 한국 육개장 사발면이나 튀김우동 사발면 등 컵라면 건더기 수프에 들어가 우리에게 익숙하죠!?
# 라멘은 왜 라멘이 되었을까?
라멘이 라멘이라고 불리게 된 것에 대한 확실한 유래는 없지만, ‘라멘’ 이름 유래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1920년대 삿포로 일대에서 사용된 ‘라멘’이라는 단어입니다. 1922년 삿포로에 문을 연 중국음식점 ‘다케야(Takeya Shokudo)’ 식당이 그 시작인데요. 이곳의 주방장이었던 산둥 출신 왕원차이는 국수 주문을 받을 때마다 ‘좋다’라는 뜻의 ‘하오러’라고 했는데, 이 말이 국수 이름인줄 알았던 일본인 주인은 ‘하오러’의 ‘러’를 ‘라’로 듣고 ‘라멘’이라 불렀다는 거예요. 그렇게 삿포로 일대에서는 라멘이 중국식 국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었던 것이죠.
두 번째는 라멘이라는 말이 중국어 ‘라미엔’에서 왔다는 거예요. 라미엔은 산시를 비롯한 중국 북부에서 많이 만들던 면의 종류로 ‘손으로 잡아 당긴 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수타면’이 바로 라미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소바가 ‘라멘’이라고 불린 건 면을 수타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는 해석이에요.
# 라멘의 대중화
1930년대 초까지 라멘은 일본인의 일상에 서서히 스며들었습니다. 당시 라멘 노점상들은 ‘차루메라’라는 피리를 불면서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과거 우리나라에서 찹쌀떡 장수들이 ‘찹쌀~떡’을 외치며 돌아다니던 것과 비슷하게요. 길거리에서는 라멘 그릇을 산처럼 쌓아 올려 돌아다니는 모습도 흔하게 보였습니다.
라멘의 인기는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면서 한풀 꺾이지만, 전쟁에서 패망한 일본은 이내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라멘의 인기가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미국 내에서 남아돌던 밀이 원조 형태로 들어오면서 라멘처럼 밀로 만든 음식들이 인기를 끈 것이죠.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쟁특수를 통해 일본 경제는 서서히 살아났고, 1960년대 일본은 고도 성장기를 맞이합니다. 이러한 경제 성장은 라멘의 인기를 더욱 끌어올리게 되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공장이나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했고, 식량 문제가 불거졌어요. 노동자들은 빠르게 먹을 한 끼 식사가 필요했고, ‘영양’이 곧 ‘칼로리’를 의미하던 시절, 국물에 고기 기름을 녹여 만든 라멘은 최고의 영양식으로 여겨졌어요. 또 이때 등장한 인스턴트 라멘이 대히트를 쳤습니다. 이렇게 어려웠던 시절부터 경제 성장기까지 겪은 일본인들에게 ‘라멘’은 추억의 음식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죠.
# 미식가의 라멘
“냄새, 국물의 색깔, 파, 김, 그리고 차슈까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조심스럽게 차슈를 들어 국물에 한 번 담근 뒤에 먹는다. 면을 한 번 먹고 멘마를 하나 먹은 다음 국물을 세번 떠먹는다. 다 먹을 때까지 반복한다” - 1985년 <담뽀뽀> 중
1980년대부터 라멘은 미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미식가들은 라멘의 국물 맛과 면의 쫀득함, 토핑의 적절함에 대해 토론했죠. 라멘 요리사들은 ‘진짜 라멘’을 만들기 위한 수행을 ‘모노즈쿠리’에 비유했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라멘도(최고의 라멘을 만들기 위한 수행)’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원래 라멘 가게의 상징 색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과 흰색이었는데, 이제 일본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검은색이나 감청색을 가지게 되었어요. 더욱 전문적이고 수행자 같은 느낌의 색깔이었죠. 이렇게 라멘이 모노즈쿠리와 결합되며 라멘은 훨씬 다채로워 졌습니다. 지역별로 대표 라멘이 생기기도 하고, 라멘 장인이 만들어 낸 독특한 스타일의 라멘과 창의적인 라멘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모노즈쿠리?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가 합성된 용어로,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말이에요.

2. 라멘의 육수

# 돈코츠 (豚骨)
돼지 뼈를 오랫동안 우려내 만드는 육수를 말해요. 유화 현상이 일어날 때까지 끓이기 때문에 특유의 유백색 또는 상아색의 탁한 빛깔을 띠며, 독특한 구수함을 갖고 있어요. 특유의 진한 맛과 중독성 덕분에 지금은 라멘의 대표적인 스타일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보통 육수 자체에 간을 세게 하고 마늘, 대파 등의 향을 가진 야채를 듬뿍 넣어 그 냄새를 상쇄하곤 합니다. 돼지머리, 등뼈 등을 같이 고아서 진한 맛을 더하는 경우도 있어요.
돈코츠는 규슈 지방을 대표하는 라면 국물인데, 규슈 지방에 있던 돼지고기 식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요. 일본은 역사적으로 육식을 잘 하지 않았지만 개항 이후 오키나와를 통해 남중국의 돼지고기 요리 문화가 전해지며 규슈에도 영향을 준 것이죠.
# 토리가라 (鶏ガラ)
닭 뼈를 우려 만든 도쿄식 라멘이에요. 닭 특유의 칼칼한 감칠맛이 특징으로, 살을 발라내고 남은 닭 뼈를 대량으로 넣어 우려내어 닭곰탕과 비슷한 맛과 색깔을 가졌어요. 돈코츠라멘의 유행으로 지금은 라멘의 대명사 자리를 지키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라멘집에서 닭 육수를 메인으로 하되 다른 육수를 섞어 사용하곤 합니다. 닭 껍질을 같이 넣고 우리면 특유의 기름기와 콜라겐이 포함되어 좀 더 풍부한 맛이 난다고 해요.
# 교카이 (魚介)
교카이 소유 라멘
가쓰오부시, 멸치 등 말린 생선과 다시마, 조개 등을 첨가해 끓여낸 해산물 육수를 말해요. 돼지나 닭에 비해 조금 마이너한 편이지만 2020년대에는 해산물을 베이스로 하는 라멘이 인기를 끌기도 했어요. 보통 닭과 해산물을 섞어서 만들곤 해요. 한국의 잔치국수, 멸치국수와 비슷합니다.
# 야사이 (野菜)
야사이 미소 라멘
버섯, 양파, 무, 배추, 당근 등 야채를 끓여 우려내는 국물이에요.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고 주로 다른 국물들의 잡내를 상쇄시키거나 깔끔한 맛을 강조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주로 미소 라멘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이에요.

3. 라멘의 소스

# 쇼유 (醤油)
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라멘으로, '중화 소바'나 '정유라멘'으로 표현되는 경우도 있어요. 간혹 라멘 위에 올리는 고기 고명인 차슈를 조릴 때 사용한 간장을 그대로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차슈 제작 과정에서 배어 나온 돼지고기 향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간토 지방의 쇼유라멘은 생각보다 많이 짜서 처음 라멘을 접하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 시오 (塩)
라멘의 원조인 중화 소바(난징소바)가 소금 베이스였다는 주장에 따르면, 사실상 역사가 제일 오래된 라멘이에요. 하코다테가 시오 라멘의 원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오는 일본어로 ‘소금’이라는 뜻으로, 이름 그대로 소금 라멘입니다. 국물이 깔끔하고 개운하면서 감칠맛이 나고, 닭 육수와 궁합이 좋아요. 주재료인 소금 자체에는 따로 향이 없는 만큼 된장이나 간장 베이스보다 비린내를 잡기 힘들어서, 시오 계통 라멘의 국물은 육수에서부터 철저히 비린내를 제어하고 깔끔한 맛을 뽑아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홋카이도 지방에서는 시오라멘에 버터와 스위트콘을 넣은 시오버터라멘도 먹곤 하는데, 삿포로에 본점을 둔 가게에선 취급하지 않거나 판매하더라도 추가 요금을 더 받곤 해요. 버터나 옥수수를 넣은 가게는 여행객을 상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미소 (味噌)
된장을 베이스로 한 육수로, 일반적으로 된장을 고기나 야채 육수와 섞어 만들어 진하고 고소한 맛을 내요. 일반적으로 차슈(부드러운 돼지고기 조림), 멘마(발효 죽순), 네기(파), 김(미역) 등을 토핑으로 얹어 먹어요. 구운 된장을 직접 그릇에 넣고 육수 국물로 희석하거나, 된장을 중심으로 한 양념장을 따로 만들어 국물을 만듭니다. 미소와 중국식 고추장인 두반장을 섞어서 매운 미소 라멘을 만들기도 해요.
# 마유 (マー油)
돈코츠 마유 라멘
마늘을 볶은 기름을 소스로 쓰는 마유 라멘은, 특히 구마모토 라멘(흑마늘)이 유명해요. 구마모토 마유는 쿠로마유(흑마늘기름)라고 따로 분류할 정도죠. 보통 돈코츠 육수와 자주 결합되는데, 마늘에 대한 기호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편입니다. 주로 마늘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이 좋아합니다
# 라유 (ラー油)
고추를 볶아 매운맛을 우려낸 기름을 소스로 쓰는 것으로, 일본식의 ‘매운 라멘’들은 주로 라유를 사용해요. 메뉴판에 매운 라멘이 없는데 테이블에 라유가 비치되어 있다면 그건 군만두(교자)를 찍어 먹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4. 라멘의 고명

# 차슈 (チャーシュー)
돼지고기를 양념장에 약 3일 정도 재워 화덕에 익혀 만든 중국의 고기 요리로, 중국에서는 차사오, 일본에서는 차슈라고 불러요. 일본식 차슈는 간장 바탕에 설탕을 넣은 양념을 사용해서 약간 불고기 비슷한 향이 나면서도 팔각 향이 더해져 풍미가 있습니다.
# 멘마 (メンマ)
‘시나치쿠’라고도 부르는 멘마는 절인 죽순을 발효시킨 중국식 식재료로 쫄깃한 맛이 있어요. 한국의 라멘집에서는 주로 돈코츠나 미소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역한 비린내와 식감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기본으로 넣어주는 데는 많지 않고, 옵션으로 두거나 빼는 곳도 많아요.
# 타마고 (卵)
소스에 절여 만든 반숙 계란으로 달걀 장조림과 달리, 달걀 노른자가 반투명하고 약간 흘러내릴 정도의 젤리 단계를 유지해요. 이 굳기를 유지하기 위해 장조림처럼 뜨거운 간장 소스에 끓이지 않고 반숙 달걀을 식힌 소스에 절여서 완성합니다.
귀찮은 가게는 그냥 달걀을 완숙으로 삶아버리기도 하고, 비교적 신세대 라멘집에서는 반숙 달걀의 노른자 부분에 주사기로 맛국물이나 소스를 주입하는 테크닉을 구사하기도 해요. 라멘집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라멘에 올리는 고명에 불과하지만, 노력하는 식당을 명쾌하게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답니다.

5. 지역별 라멘

라멘은 지역별로 맛이 다른 경향이 있는데, 삿포로 등 추운 북부 지방의 라멘은 현지에 맞춰서 기름기가 많은 편이에요. 지방색이 강하고 그에 따른 맛의 변화가 커서 일본 내에서 라멘 재료에 대한 호불호는 치열한 논쟁거리입니다. 지역별로 정~말 많은 라멘 종류가 있는데 특히 유명한 3대 고장으로 하카타, 삿포로, 키타카타가 있고, 홋카이도 3대 라멘으로는 삿포로, 하코다테, 아시히카와의 라멘이 있습니다.
# 삿포로 라멘 (札幌ラーメン)
홋카이도 라멘 전체의 이미지를 대표하기도 하는 삿포로는 미소 라멘으로 유명해요. 된장 육수에 중간 두께의 면, 콩나물과 양파 등을 곁들여 먹죠. 옥수수와 버터를 넣은 콘버터 라멘도 인기지만 현지인들보단 여행객들이 주로 먹는 메뉴입니다. 일상적으로는 차슈, 멘마, 파 같은 기본 토핑을 더 많이 먹어요. 또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홋카이도 특성상, 토핑으로 해산물을 어렵지 않게 올릴 수 있지만 비싼 메뉴는 현지인보단 관광객이 주로 먹습니다.
추운 날씨인 만큼 돼지 뼈 육수에 돼지기름을 넣어 먹기도 하는데, 국물이 쉽게 식지 않게 하면서도 짠맛을 중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하코다테 라멘 (函館ラーメン)
하코다테는 매우 담백한 시오 라멘이 유명해요. 돼지 뼈나 닭 뼈 베이스의 기름기 적고 투명한 국물을 사용하고 토핑으로는 차슈, 멘마, 파 세 가지를 올립니다. 면은 부드러운 중간 스트레이트 면을 사용해요.
고료카쿠 타워 인근에 본점이 있는 아지사이(函館麺厨房あじさい)가 하코다테에서 제일 유명한 시오라멘 가게이고, 이외에도 이외에도 린상(りんさん), 라멘 와카다이쇼(ら~めん若大将), 사이엔(西園), 후란(函館ラーメン 鳳蘭), 유우민(函館麺屋 ゆうみん) 등 현지인들에게 인정받는 가게들이 있어요.
# 아사히카와 라멘 (旭川ラーメン)
아사히카와 라멘은 홋카이도식 소유라멘이에요. 돼지 뼈, 어패류, 닭, 야채 등의 여러 육수를 조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닭+간장 더블 스프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돼지 뼈도 비교적 많이 쓰는데, 이는 아사히카와 인근에서 양돈업이 성행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다만 돼지 누린내 그 자체를 정체성으로 삼으며 즐기는 하카타 라멘과는 달리 어패류나 해조류 등을 섞어서 누린내를 잡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오고 있어요.
홋카이도 내륙의 추위를 버티기 위해, 또 라멘이 쉽게 식지 않게 하기 위해 국물에 돼지기름을 많이 넣다 보니 기름지고 농후한 맛이 있어요. 면은 수분 함량이 낮은 면을 쓰는데, 수분이 쭉 빠지도록 건조하는 만큼 면에 국물 맛이 잘 배는 장점이 있지만 불기 쉽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 하카타 라멘 (博多ラーメン)
자타공인 돈코츠 라멘의 원조! 후쿠오카 동부 하카타에서는 예로부터 나카스 강변을 따라 줄지은 야타이(포장마차)에서 돈코츠 라멘을 팔았어요. 수많은 야타이에서 대대로 이어지는 깊은 맛을 뽐내고 있죠. 육수는 그야말로 돼지 국물 그 자체로 푹 삶으며, 면은 가늘고 단단해요.
한국으로 치면 소면~중면 정도의 매우 가늘고 직선으로 뻗어있는 면을 사용하고, 익히는 정도를 손님이 직접 선택할 수 있습니다. 7가지 정도 있는데 코나오토시(粉落とし), 하리가네(針金), 바리카타(バリカタ), 카타(カタ), 후쯔우(普通), 야와(ヤワ), 바리야와(バリヤワ)로 구분하죠. 여기서 보통 카타, 후쯔우, 야와 정도가 기본이고 바리카타나 하리가네는 이탈리아 파스타에서 알 단테와 비슷해요. 하카타 라멘으로 잘 알려진 체인점으로는 잇푸도와 이치란이 있습니다.
# 키타카타 라멘 (喜多方ラーメン)
하카타, 삿포로 라멘과 함께 일본 3대 라멘의 위상을 자랑하는 후쿠시마현 키타카타시의 소유 라멘! 쇼유 말고도 현지 가게에는 보통 시오, 미소, 카라미소(매운 된장) 등이 전부 준비되어있긴 하지만, 키타카타 라멘을 대표하는 이미지는 역시 쇼유라멘이에요. 돼지 뼈 육수와 멸치 육수를 섞은 더블 수프 기반의 달달한 간장 국물에, 나루토마키, 멘마, 차시오, 파가 토핑으로 올라가요. 면은 보통의 굵기에 수분 함량이 높고 납작한 것을 쓰며, 씹는 맛이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역이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여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도쿄나 다른 지역에서 판매하는 키타카타식 라멘을 맛보는 걸 추천해요.

6. 라멘 주문 팁

# 라멘 이름 해석하기
1단계 (주재료)
2단계 (육수 특성)
3단계 (양념;타레)
4단계 (고명)
돈/부타 (돼지)
코츠 (돼지, 소뼈 국물)
시오 (소금)
차슈 (고기)
규 (소)
가라 (닭뼈 국물)
미소 (된장)
야사이 (야채)
토리 (닭)
파이탄 (진한 국물)
쇼유 (간장)
교카이 (해산물)
칭탕 (맑은 국물)
카라 (매운 양념)
라멘에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는데, 이름으로 쉽게 라멘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라멘을 구성하는 요소인 국물, 면, 고명 세 가지 중에 라멘 이름을 결정하는 건 국물과 고명,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건 국물이에요.
이 육수에 따라 이름을 짓기 위해서 또 중요한 두 가지가 있는데, 사골 국물처럼 베이스가 되는 국물 ‘수프’, 그리고 간장, 된장처럼 간을 맞추고 감칠맛과 향을 더해주는 양념인 ‘타레’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라멘은 수프와 타레의 조합이 그 이름을 결정하는 편이에요. 물론 모든 라멘이 위의 표대로 해석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위에 없는 다른 재료를 사용했거나, 두 가지 이상의 육수를 섞어서 다른 이름을 사용하거나, 육수의 맛을 이기는 개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하는 등 여러 경우의 수가 있어요.
보통 닭뼈는 도쿄식, 돼지뼈는 큐슈식 라멘으로 분류되며, 드물지만 한국의 사골탕같이 소뼈를 쓰는 경우도 있어요. 해산물 재료의 경우 멸치가 가장 많이 쓰이고, 가츠오부시도 자주 쓰이는 재료입니다. 2000년대부터는 '더블 수프'라고 해서 두 종류 이상을 섞는 집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어요. 다만 더블 수프는 돼지+닭 스프에는 잘 쓰지 않으며 주로 육류+어패류 계열의 수프에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지금까지 항상 베스트 메뉴만 주문했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위에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원하는 라멘을 직접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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