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awesome vienna.at
“비엔나 커피가 비엔나에는 없다고요?”
비엔나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자적인 커피 문화가 생겨나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카페들이 많이 있어요.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은 2011년 ‘비엔나 커피하우스 문화’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 되기도 했답니다. 그 길고 긴 역사와 함께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한 비엔나 커피가 실재하는지 함께 낱낱이 밝혀 볼까요?
1. 커피하우스 문화
# 커피하우스(Kaffeehaus)란?
전통적인 비엔나 카페는 ‘커피하우스(Kaffeehaus)’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19세기와 20세기 초 지식인들이 주로 시간을 보냈던 곳으로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에도 많이 등장하곤 했어요. 오스트리아만의 특색있는 커피인 아인슈페너와 카페 멜란지가 시작된 비엔나 커피하우스의 문화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었어요.
지난 300여 년간 비엔나의 커피하우스는 많은 지식인과 예술인이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고 지식을 교류하는 장의 역할을 해왔어요. 당시 서구 문화를 선도하던 프랑스 파리에서는 살롱 문화가 한창이었는데, 살롱은 지식인과 예술가를 포함한 당대의 명사들이 귀부인의 응접실에 모여 문학과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음악회를 개최하는 등 최신 지식을 함께 나누던 곳이었죠.
하지만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게 오가며 교류할 수 있는 카페에 초대해 담소를 나누며 그들만의 독특한 커피하우스 문화를 꽃피웠어요.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집에서 사적으로 이루어지던 일이 오스트리아에서는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카페에서 이루어진다는 게 그 당시에는 아주 독특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었지요.
# 커피하우스의 시작
비엔나 사람들에 의하면, 1683년 비엔나 포위전 실패 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터키인들이 철수하면서 두고 간 커피콩 자루에서부터 커피 문화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그 후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커피를 내리던 이스탄불 출신의 아르메니아 스파이가 1685년에 비엔나 최초의 커피하우스를 열게 되었고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엔나 커피 문화의 시작이 되었어요.
1900년 경 여러 작가들은 커피하우스를 사교적인 만남의 장소 뿐만 아니라 작업 공간으로도 자주 활용했어요. 그 중 한 명인 페터 알텐베르크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커피하우스 주소를 명함에 적었고, 실제로 카페 첸트랄에는 그를 기리는 인형이 있습니다.
커피하우스가 작가들의 아지트로 변모하기 이전에 그 매력을 먼저 발견했던 건 바로 작곡가들이었습니다. 음악의 도시답죠? 요한 슈트라우스와 그의 아버지는 커파하우스에서 새 작품을 발표했고,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커피하우스에서 연주를 했어요.
이렇게 300년 동안 이어져온 이 문화는 커피하우스(Kaffeehaus)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명소로 만들어 주었고, 커피와 관련된 문화 역시 계속 확장되며 발전 해올 수 있었습니다.
# 커피하우스의 특징
출처 / 중앙선데이_카페 무제움
비엔나의 커피하우스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샹들리에 조명 아래 흰 대리석 테이블, 토네트의 곡목의자가 배치돼요. 공간의 한 편에는 여러 언어로 인쇄된 신문들이 놓여 있어 누구나 읽을 수 있죠. 또 웨이터는 정장이나 간혹 턱시도 차림도 있고 커피는 물 한 잔과 함께 제공되는데 커피 맛을 보기 전에 입 안을 헹구기 위함이에요. 일반적으로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저녁 시간이면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비엔나 시민은 모두 자신만의 단골 커피하우스를 가지고 있어요. 부유층들은 집 안에 ‘팔러(Parlor)’와 같이 접객용 공간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시내의 커피하우스는 일반 시민들의 거실이나, 응접실, 서재 그리고 작업실의 역할까지도 해왔답니다. 우리나라처럼 음료 위주의 카페가 아닌 간단한 식사는 물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케이크를 맛볼 수도 있죠. 그래서 비엔나의 커피 문화는 아침에 빠르게 픽업해서 일터로 달려가는 ‘커피수혈’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오래 깊이 음미하며 즐기는 것에 가까워요. 오래 앉아 있어도 괜찮고, 사색에 잠겨 글을 써도 좋습니다.
단골손님은 ‘스탐가스트(Stammgast)’라고 불리는데, 보통 웨이터들은 선호하는 메뉴와 자리를 기억하고 있어 예약석으로 특별하게 맡아두는 경우도 있어요.
2. 수돗물과 커피하우스
커피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무슨 수돗물인가 싶죠? 커피하우스에서는 커피와 물 한 잔을 함께 준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입을 헹구고 커피 본연의 맛을 음미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원래의 목적은 커피잔을 휘저은 숟가락을 넣어 두는 용도였어요. 커피가 묻은 숟가락을 테이블에 그냥 내려놓게 되면 테이블 뿐만 아니라 손님의 옷을 오염시킬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해도 된다고는 하지만, 정수된 물이나 생수를 먹는 것이 일반적이라 선뜻 수돗물을 마시지는 않는데요. 비엔나는 150여년 전인 1873년, 약 200km 떨어진 알프스에서부터 비엔나까지 펌프 없이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상수도 및 정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요. 당시 개최 예정이었던 비엔나 세계 박람회를 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에게 안전한 음용수를 공급하고 질병도 예방해야 했으니까요.
이렇게 깨끗한 물이기 때문에 커피하우스에서도 그 물을 자랑스럽게 제공했고, 물로 입을 헹구고 커피를 마시니 더 깊은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 커피와 함께 제공되는 물을 함께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세계 박람회 이후 비엔나는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더욱 붐비고 분주한 도시가 되었고, 이후 더 많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게 된 것이랍니다. 그러니 비엔나를 여행한다면 커피하우스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코스겠죠? 단순한 커피 한 잔이 아닌 비엔나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함께 즐겨 보세요!
3. 비엔나 커피의 진실
# 비엔나 커피 = 아인슈페너
드디어 가장 궁금했을 비엔나 커피의 진실에 대해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비엔나 커피의 정식 명칭은 ‘아인슈페너’로 독일어권인 비엔나에서 생겨난 이름이에요. ‘비엔나 커피’라는 용어 자체가 영미권에서 부르는 명칭이기 때문에 독일어권인 오스트리아에서는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해요.
아인슈페너는 독일어로 ‘마차의 마부’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옛날 옛적 비엔나의 마부들은 마차를 몰면서도 커피를 마셨는데요. 마차에서 내리기 힘드니 한 손에는 고삐를, 한 손에는 피곤을 풀기 위한 설탕과 생크림을 듬뿍 얹은 진한 커피를 마신 것에서 아인슈페너가 시작되었다고 전해져요. 마차 위에서는 이리저리 흔들리기 때문에 커피 위에 차가운 생크림을 덮어 커피가 쏟아지거나 너무 흔들리지 않도록 하며 간편하게 열량을 채울 수 있는 역할도 했답니다. 또한 차가운 생크림이 뜨거운 커피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죠.
# 아인슈페너를 즐기는 방법
아인슈페너는 한 번에 섞어서 마시는 것보다 분리된 맛을 즐기는 것이 매력이에요. 첫 모금에 달콤한 휘핑크림의 맛을 먼저 느끼고, 이후 조금씩 딸려 들어오는 씁쓸한 커피와 함께 마시다가 서서히 녹아 흘러 내리는 크림과 커피의 혼합을 즐겨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잔의 커피로 세 가지 매력을 다 느껴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지 않나요?
비엔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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