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seriouseats
“디종 머스타드가 유명하다던데… 그거 그냥 핫도그에 뿌려먹는 머스타드 아닌가요?”
라고만 생각했다면 천만의 말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미국식 핫도그에 뿌려 먹는 머스타드나 용가리 치킨을 찍어 먹는 허니머스타드 말고 ‘디종 머스타드’가 따로 있다고요! 매콤한 맛부터 달콤한 맛까지 모든 입맛을 사로잡는 머스타드의 매력! 아니 이렇게 많은 종류의 머스타드가 있었다니?! 알고 나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걸요?
1. 머스타드란?
# 머스타드
머스타드는 겨자씨를 물과 식초, 레몬즙, 와인 또는 기타 액체, 소금, 기타 향료 및 향신료와 섞어서 만든 소스예요. 색깔은 밝은 노란색에서 어두운색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강하고 자극적고 씁쓸한 맛, 달콤한 맛, 매운맛까지 다양한 맛이 있어요.
보통 고기나 야채, 치즈와 곁들여 먹으며 샌드위치나 햄버거, 핫도그 소스로 많이 사용되곤 해요. 그리고 드레싱이나 글레이즈, 소스, 수프 등을 만들 때 부재료로 넣기도 한답니다.
# 머스타드의 매운 맛
출처: thespruceeats
머스타드의 톡 쏘는 매운맛은 겨자 씨앗에 따라 달라져요. 노란 겨자씨(흰색이라고도 함)가 가장 순하지만, 갈색과 검은색 씨앗은 훨씬 더 뜨겁고 매운 맛이 나죠.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말린 겨자씨나 가루에는 그 자체로는 매운맛이 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겨자에 존재하는 천연 효소가 물과 결합하며 매운맛을 만들어내는 건데, 이때 액체의 산성도가 높을수록 이 반응은 더 느리게 진행되고 최종 매운맛은 더 오래 지속된답니다. 즉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액체도 매운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식초로 만든 머스타드는 뜨거운 맛이 오래 지속되는 반면, 순수한 물과 같은 덜 산성인 액체로 만든 머스타드는 갓 준비했을 때 매우 매운맛이 나지만 그 효과가 더 빨리 사라진답니다.
그리고 물의 온도 역시 맵기 수준에 영향을 미쳐요. 뜨거운 물은 겨자 효소를 비활성화하고 일부 매운 화합물을 분해하는 반면 찬물은 모든 걸 그대로 유지하죠. 유통기한이 길고 순한 맛의 머스타드는 노란 겨자씨와 식초를 듬뿍 넣어 만들고, 매운 머스타드는 검은색이나 갈색 겨자씨에 찬 물을 넣고 만들어요.
# 머스타드의 유래
출처: parisunlocked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소스 중 하나인 머스타드의 기원은 기원전 1850년 인도로 거슬러 올라가요. 고고학자들의 발굴에 따르면 인더스 계곡에서 겨자가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아프리카와 중국에서 사용되어 왔어요.
특히 중국에서는 겨자잎을 많이 소비했는데, 주 왕조 시대 왕실에서는 겨자씨를 갈아서 페이스트로 만들고 식사 후반에 대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용도로 많이 먹었다고 해요. 그리고 로마인들은 처음으로 겨자에 조미료를 첨가했어요. 발효되지 않은 포도 주스 ‘머스트’와 겨자씨를 갈아(시나피스)를 섞어 "불타는 머스타드"라는 뜻을 가진 ‘머툼 아덴스(mustum ardens—hence)’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해서 이 노란 소스가 오늘날 "머스타드"로 불리게 된 것이죠.
# 머스타드의 역사
출처: parisunlocked
4세기 말~5세기 초 집필된 익명의 로마 요리책 <De re coquinaria>에 따르면 머스타드는 겨자 분말과 후추, 캐러웨이(향신료의 일종), 러비지(허브의 일종), 구운 고수씨, 딜, 셀러리, 백리향, 오레가노, 양파, 꿀, 식초, 생선 소스, 기름을 섞어 만들어 꼬치구이용 소스로 사용했다고 나와 있어요.
로마인들은 갈리아(북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일대)에 겨자씨를 수출했고, 10세기에 파리의 생 제르맹 데 프레 수도사들이 로마인의 겨자 제조 지식을 받아들여 자체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파리 왕실 기록에 겨자 제조 업체가 처음 등장한 건 1292년으로, 그 장소가 바로 프랑스 디종이에요.
디종은 13세기에 머스타드 제조의 중심지로 인정받았는데, 1336년 디종의 부르고뉴 공작이 주최한 갈라 행사에 참석한 손님들이 320리터의 머스타드를 소비했다는 기록을 통해 당시 머스타드의 인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답니다. 이후 디종에서 가장 유명한 머스타드 제조사 중 하나인 그레이푸퐁(Grey-Poupon)에서 화이트 와인을 함유한 독특한 레시피를 만들어내며 디종이 세계 머스타드의 수도로 자리 잡게 된 것이죠.
반면 영국에서 겨자를 조미료로 처음 사용한 건 1390년 리차드 2세의 수석 요리사가 쓴 <The Forme of Cury>라는 책에서 입증되었어요. 잉글리쉬 머스타드는 겨자 덩어리(거친 겨자씨에 밀가루와 계피를 섞어 물에 적셔 공 모양으로 말아서 말린 것) 형태로 되어 쉽게 보관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식초나 포도주와 결합하여 겨자 페이스트를 만들곤 했죠. 잉글랜드 남서부의 튜크스베리(Tewkesbury) 마을은 특히 겨자를 고추냉이와 섞어서 저장용으로 건조시킨 고품질 겨자 볼로 유명했어요. 이후 런던과 미국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되며 셰익스피어의 희곡에 등장하기도 했죠.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방식인 핫도그 소스로 머스타드를 사용한 건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세계 박람회였어요. 그때 밝은 노란색의 프랑스 머스타드가 처음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2. 머스타드의 종류
# 옐로우 머스타드
미국식 옐로우 머스타드는 맛이 약한 노란 겨자씨와 높은 비율의 식초, 그리고 강력한 착색제인 강황 가루를 첨가한 게 특징이에요. "크림 샐러드 머스타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핫도그나 샌드위치, 프레즐, 햄버거 소스로 주로 사용되죠. 그리고 감자샐러드나 바비큐 소스, 샐러드드레싱을 만들 때 섞기도 해요. 야구 경기에서 먹는 핫도그에 뿌려 먹는 전통 아닌 전통 때문에 "핫도그 머스타드", "야구장 머스타드”라고 하기도 합니다.
# 스파이시 브라운 머스타드
옐로우 머스타드와 함께 미국에서 즐겨 먹는 스파이시 브라운 머스타드는 거칠게 분쇄된 갈색 겨자씨가 포함되어 있어 옐로우 머스타드보다 조금 더 매운맛을 가졌어요. 일부 델리 스타일 머스타드는 매콤한 맛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추냉이를 첨가하기도 해요.
# 허니 머스타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꿀을 섞은 머스타드로, 보통 1:1 비율로 섞어 만들지만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머스타드죠? 주로 디핑 소스로 이용되며, 구운 닭고기와도 잘 어울린답니다.
# 디종 머스타드
과거부터 부르고뉴 지방에서 갈색 겨자씨를 포도와 함께 심어 농사를 짓던 것이 디종을 머스타드의 도시로 만들었어요. (이 방법은 고대 로마인들이 포도덩굴에 인 등의 필수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해 썼던 방법이기도 해요!)
부르고뉴의 수도승들은 수 세기 동안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며 겨자를 재배했는데, 그러다 디종 출신의 장 나이종이라는 남성이 겨자씨를 기존 식초가 아닌 버주스와 섞으면서 디종 머스타드가 처음 탄생하게 되었죠. 버주스는 설익은 포도를 압착해 만든 신맛 나는 과즙으로, 역사적으로도 감귤류가 자라기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서 신맛을 더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어요. 오늘날에는 버주스 대신 화이트 와인을 넣고 만드는데, 갈색 겨자씨를 화이트 와인에 섞어 만들어 특유의 톡 쏘는 신맛과 매운맛이 나요.
디종 머스타드를 살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디종 머스타드"는 특허된 식품명이 아니라는 거예요. 옛날에는 프랑스에서 생산되지 않은 디종 머스타드는 디종 스타일 머스타드라고 불렀는데, 요즘에는 이 법률이 완화되어 디종에서 만들지 않은 머스타드도 ‘디종 머스타드’ 이름으로 제조해 납품하기 때문입니다.
# 홀그레인 머스타드
디종 머스타드와 함께 프랑스 머스타드의 대표주자. 갈지 않은 겨자 씨를 이용해 만든 머스타드로 특유의 질감과 씹는 맛이 있어 치즈 플레이트나 샌드위치에 잘 어울려요. 홀그레인 머스타드를 만들 때는 식초 대신 와인을 사용하고 노란 겨자 씨앗 대신 검은색이나 갈색 씨앗을 사용하곤 합니다. 혹은 여러 겨자씨앗 종을 사용하여 다양한 맛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요.
# 포메리 머스타드
아는 사람만 아는 프랑스식 머스타드 Pommery mustards! 브리 치즈 원산지인 Meaux 지역에서 탄생한 머스타드로, 흠잡을 데 없는 높은 퀄리티를 가졌어요. 디종 머스타드보다 매운맛이 덜한 홀그레인 머스타드에 겨자씨 껍질이 더해져 더 독특한 식감을 갖고 있으며, 천연 식초가 주는 새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 핫 머스타드
갈색이나 검은색 겨자씨를 갈아 찬물이나 산성을 가진 액체를 섞으면 뜨거운 머스타드를 만들 수 있어요. 겨자 가루에 찬물을 넣고 휘저으면 점차 열을 얻어 약 15분 정도 지나면 질감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식초를 넣거나 뜨거워진 머스타드를 냉장고에 보관하는 거죠. 가장 강력한 핫 머스타드를 맛보고 싶다면 집에서 만들어 보세요!
# 잉글리시 머스타드
핫 머스타드의 한 종류인 잉글리시 머스타드는 노란색과 갈색 머스타드 씨를 혼합해 만들어요. 다른 핫 머스타드와 마찬가지로 분말 형태로 구입하여 사용하기 약 15분 전에 찬물과 섞어서 풍미와 열을 최대한 발산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샌드위치나 로스트 또는 소스에 강한 맛을 추가하고 싶을 때 딱 맞는 선택이 될 거예요.
# 독일 머스타드
독일 머스타드는 매운맛부터 달콤한 맛, 거친 질감부터 고운 질감까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매운맛을 강화하기 위해 고추 냉이 등을 더 넣기도 하죠. 독일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머스타드는 미텔샤프(Mittelscharf)라고 불리는 노란색과 갈색 겨자씨를 혼합한 것인데, 중간 정도의 맵기로 디종보다 한 단계 높은 독특한 매운맛을 갖고 있어요. 독일 서쪽 뒤셀도르프에서는 이렇게 매콤한 맛의 머스타드를 즐겨 먹고 남쪽 바이에른 지방에서는 꿀이나 흑설탕, 사과 소스를 넣은 달콤한 머스타드를 즐겨 먹어요.
# 맥주 머스타드
20세기경부터 미국 중서부에서 먹기 시작한 맥주 머스타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식초 대신 또는 맥주를 넣어 만들어요. 산도가 낮기 때문에 부드러운 맥주를 사용하면 맥주의 맛이 겨자 맛에 가려지는 반면, 포터나 다크 에일, 스타우트와 같이 풍미가 풍부한 맥주를 사용하면 식초를 기반으로 한 일반적인 머스타드보다 더 깊은 맛이 난답니다.
또한 맥주보다 강한 증류주로 만들기도 하는데, 위스키와 버번은 특유의 독특한 맛이 겨자씨의 매콤한 맛과 잘 어울려 인기가 많아요. 맥주나 증류주로 만든 머스타드는 깊은 맛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딥 소스로 먹는 걸 추천해요.
3. 머스타드 먹는 법
# 보관법
프랑스 현지에서도 냉장 보관 파와 실온 보관 파가 나뉘어요. 산도가 높아 쉽게 상하지 않고 유통기한이 긴 편이지만 개봉 후에는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오래 보관할 경우 레몬 슬라이스 하나를 병 속에 함께 넣어두면 표면이 변색하거나 마르는 걸 방지할 수 있어요. 아, 당연히 침 묻은 식기류는 사용하면 안 되는 거 알죠?
# 활용법
출처: southernliving
디종 머스타드는 모든 육류에 잘 어울리고, 홀그레인이나 포메리 머스타드보다 매콤한 맛이 강해서 샐러드 소스나 샌드위치와도 궁합이 잘 맞아요.
홀그레인 머스타드와 포메리 머스타드는 디종 머스타드보다 톡 쏘는 맛이 덜한 덕분에 부드러운 흰살생선 요리나 해산물과 잘 어울려요. 돼지고기나 양고기 마리네이드 용으로도 좋은데, 돼지 안심 부위에 머스타드를 넉넉히 발라주고 오븐에 구워내면 맛없없 스테이크가 완성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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