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수도는 파리, 이탈리아의 수도는 로마죠. 그렇다면 유럽의 수도는 어디일까요? 유럽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수도를 말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 수도로 자주 언급되는 곳이랍니다. 바로 이 곳에 ‘유럽 의회’가 있기 때문인데요. 스트라스부르는 대부분의 관광지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크지 않은 도시인데 어떻게 이런 곳에 유럽 의회가 생기게 되었을까요?
1. 스트라스부르의 역사적 위치
# 프랑스와 독일의 경계
스트라스부르는 지도에서 알 수 있듯이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에 위치해 있어요. 스트라스부르의 이런 지리적 특징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이곳은 항상 독일과 프랑스가 엎치락 뒤치락하던 곳이었죠. 자전거로 20분만 가면 독일 국경을 넘게 되는데요. 스트라스부르라는 도시의 이름도 독일어의 길(Straße)와 도시(Burg)를 합친 이름이에요. 그만큼 사방을 가기 좋은 교통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어요. 이런 지리적 위치는 스트라스부르에 유럽의회가 세워지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답니다.
# 스트라스부르의 역사와 알퐁스 도테
지금은 프랑스의 땅이지만, 원래 스트라스부르는 17세기까지 독일(신성로마제국)에 포함되어 있던 지역이었어요. 루이 14세가 기습공격으로 침공하여 점령한 이후 프랑스 영토로 인정 받았는데요. 이후로도 계속해서 프랑스와 독일이 번갈아 가며 알자스 로렌 지역을 차지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지금처럼 프랑스 영토로 인정받게 되었답니다.
이런 스트라스부르의 복잡한 정치 역사 상황을 잘 담아낸 소설이 있습니다.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스트라스부르가 독일 땅이 되어 더 이상 프랑스어 수업을 못하게 되는 설움을 담은 『마지막 수업』이에요. 우리나라의 상황과도 비슷한 점이 많아 유명해졌지만, 실제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를 어느 정도 함께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지금도 주민 중 상당수는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둘 다 능통하게 할 수 있다고 해요. 언어 뿐만 아니라 쁘띠 프랑스에 있는 다양한 집들도 옛날 독일 양식을 많이 담고 있어요.
이처럼 스트라스부르는 지리적인 것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 문화적으로도 독일과 프랑스가 경쟁하던 장소이자 동시에 융합되어 있는 곳이기도 한 셈이죠.
2. 유럽연합과 유럽의회
#유럽 연합과 쉥겐 조약
유럽의회는 유럽 연합 산하의 주요 기구 중 하나예요. 다른 기구로는 집행위원회, 유럽연합사법재판소, 유럽 중앙은행 등이 있죠. 꼭 우리 나라에 있는 정부 기구와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유럽 연합은 이처럼 서로 다른 나라들이 하나로 모여 협력을 강화하고 공통 화폐인 유로를 사용하는 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답니다.
유럽 여행을 조사하다보면 쉥겐 조약이라는 단어를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쉥겐 조약은 유럽연합과는 다른 개념이에요! 유럽에서 가입국 간에 출입국 심사(국경 검문)를 면제해서 서로 이동이 편하게 만든 것이 쉥겐 조약이죠. 유럽 연합이지만 쉥겐이 적용되지 않는 국가, 쉥겐이지만 유럽 연합이 아닌 국가도 있어요. 참고로 영국은 유럽연합도, 쉥겐 국가도 아니기 때문에 유로가 아닌 파운드를 쓰고, 유로스타 탑승 시 출입국 검사를 해야한답니다.
#유럽의회
이번에는 유럽의회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유럽의회는 유럽 연합의 의사 결정 기관이에요. 다양한 회원국의 대표들이 모여서 27개 유럽 연합의 시민들을 대표해서 다양한 의사 결정을 내리죠. 유럽 의회의 선출을 우리나라 국회와 비슷한데요. 각 나라의 인구에 비례하여 의원들의 수가 정해져 있고 5년마다 보통 선거로 선출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유럽의회에서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유명해지기도 했죠. 이렇게 유럽의회는 단순히 형식적인 기구가 아니라 유럽 연합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법안을 논의하고 만들어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유럽평의회
스트라스부르에는 유럽 의회 외에도 ‘유럽 평의회’라는 곳이 있는데요. 이름이 비슷하지만 두 개는 엄연히 다른 기관으로 방문하고 싶다면 혼동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해요! 유럽의회는 영어로 European Parliament로 유럽 연합의 기관이고, 유럽 평의회는 Council of Europe으로 유럽 연합과는 아예 별개의 기관이에요. 유럽 평의회는 유럽 내의 민주주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유럽인권재판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러시아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회원 자격이 정지된 후 자진 탈퇴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럽 평의회도 스트라스부르에 있다니, 유럽의 수도라고 불릴 만 하죠?
3. 스트라스부르와 유럽의회
그럼 어떻게 스트라스부르에 유럽의회를 세우게 되었을까요? 거기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프랑스와 독일의 통합을 상징하는 중립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에요. 전쟁 이전의 프랑스와 독일의 갈등 상황을 종식시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 연합의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에 두 나라에서 모두 접근하기 편하고 동시에 서로 견제할 수 있는 정치적인 이유에요.
요즘은 이동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스트라스부르에서 유럽 의회를 옮기려는 의견들도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스트라스부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답니다. 일반인들도 회의가 없을 때면 유럽 의회 내부를 구경할 수 있어서 근처의 오랑주리 공원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함께 들려보는 것도 추천할게요!
스트라스부르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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